[충청투데이 권혁조 기자] 지역 중소업체 보호를 위해 도입된 지방자치단체의 경쟁제한적 조례·규칙을 공정거래위가 사실상 무력화 시키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거센 논란이 일고 있다.

수도권과 지방의 사회·경제적 격차를 고려하지 않은 공정위의 방침대로라면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방 중소기업들은 사지로 내몰리고 수도권 집중화와 양극화만 심화돼 결국 지역 경제를 초토화시킬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9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지방자치단체 경쟁제한적 조례·규칙 운영실태’를 연구용역한 결과, 전국 광역자치단체는 236건, 기초자치단체는 436건의 조례·규칙이 시장 경쟁을 제한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대전과 세종, 충남·북 등 충청권 역시 광역단체 34건, 기초단체 95건의 조례와 규칙이 시장경쟁을 제한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지적한 대표적인 경쟁제한적 조례·규칙은 지역 연고자나 국가유공자 우선 채용, 지역 농산물 우선 구매, 향토 기업 우선지원, 지역협회의 과당경쟁 방지 등 지역 중소업체 보호를 위해 도입된 내용들이다. 하지만 공정위는 이를 진입제한, 사업자차별, 사업활동제한으로 판단했다.

공정위는 인재 고용 기회 감소와 소수 공급자간 담합 가능성, 기업경쟁력 약화 등을 부작용으로 내세웠다. 특히 공정위는 이번 연구결과를 토대로 내년부터 3년간 지자체와 협의해 경쟁제한적 조례·규칙을 개선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지역 경제계는 이러한 공정위의 방침에 대해 현실 자각없이 시장 논리에만 입각한 무지한 발상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방 기업과 인력의 이탈만 가속화되고 ‘양극화’와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면서 수도권에 집중된 경제·사회적 격차는 더욱 확대, 지역 경제는 초토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정미숙 여성경제인협회 대전지회장은 "지역 인재 우선채용이나 지역제품 우선구매는 특혜가 아니라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가 커지면서 침체된 지역 경제를 보호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 정도에 불과하다"며 "지역 균형발전과 성장뿐 아니라 지역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오히려 지역제품 우선 구매나 수의계약 확대가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조형수 중소기업중앙회 대전세종충남부회장은 "경쟁제한 조례·규칙 등 지역제품 우선구매는 무제한 허용되는 게 아니라 국가계약법상 물품의 경우 최대 3억 5000만원의 금액한도 등 제한이 있다"며 "조례·규칙을 축소하면 대·중소기업 격차 확대, 수도권·지역 양극화, 지역소득 역외유출 등 지역 경제만 악순환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권혁조 기자 oldboy@cctoday.co.kr